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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영화 이야기

굿모닝 프레지던트 - 고단수의 수법으로 대통령의 권위를 무너뜨리다.

   

굿모닝 프레지던트
감독 장진 (2009 / 한국)
출연 이순재, 장동건, 고두심, 임하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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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은 아침인사다. 아침 인사는 그들의 관계가 매우 친밀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인사다. 이는 우리가 흔히 나누는 '안녕하세요.'보다 어딘가 더 친근해 보인다. 왜냐하면 아침인사는 그들이 가장 흐트러진 상태에서, 가장 사적인 사람들과 나누게 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아침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가족이나 친지, 연인, 동료 정도로 국한된다. 아주 공적으로 만나는 사람과 아침 인사를 나누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러니 아침 인사는 친밀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라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 권력의 최상층이라고 하는 대통령에게 아침인사를 던진다. "굿모닝, 프레지던트?". 어쩌면 우리와 가장 멀리 있는, 권위와 권력의 상징인 대통령에게 가장 친근한 관계에서 던질 수 있는 인사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일개 평범한 대통령을 통해 대통령의 권위를 무너뜨리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매우 평범한 인간임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이 영화에서 대통령은 복권에 당첨돼 흥분하기도 하고, 물질적 탐욕에 고뇌하며, 엄마 없는 아들 양육에 대한 고민에, 방귀를 뀌고 이혼에 시달리기도 하는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감독은 이를 통해 대통령도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대통령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존재임을 보려 한다. 이른바 대통령에게 친근함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세 명씩이나 보여주는 이유가 궁금하다. 한 명의 대통령으로는 친근함을 드러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일까? 이는 대통령도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든 대통령에게 일반화 시키려 하는 의도가 아닐까싶다. 대통령을 한 명만 제시하면 그 인물에 국한하여 친밀감을 느끼게 되지만, 세 명을 제시하게 되면 모든 대통령으로 일반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후술하겠지만 세 명이나 제시함으로써 잃은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세 명이나 집어넣은 것은 이러한 이유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영화는 이렇게 세 명이나 되는 대통령을 보여줌으로써, 모든 대통령은, 그 어떤 대통령이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친근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이 영화의 제목이 '굿모닝 프레지던트'인 것은, 대통령은 평범한 사람이니, 대통령에게 친근함을 갖고 대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통령에게 친근함을 부여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친근함 이상의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 가령 친구들끼리의 모임이 있다 치자. 이 때 다른 친구들은 한 친구에게 칭찬을 늘어놓고, 밥 사기를 종용한다 하자. 그러면 그 친구는 얼떨결에 밥을 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만들어 질 수 밖에 없다. 이 영화가 노리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이 평범하고 친근한 사람임을 강조함으로써,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권위와 권력의 상징을 강제로 벗겨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필이면 왜 지금 시기에 이런 영화가? 고단수의 풍자?


조심스러운 이야기겠지만, 현 대통령님께서는 대체로 서민보다는 기득권 중심의 정치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또한 이전의 대통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위적이라는 비판도 있어 왔다. 이런 지적이 자자한 시기에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하는 영화가 나온 것은, 앞서 언급한 의도와 관련짓지 않을 수 없다. 즉그에게 친근함을 부여하여 그의 권위를 강제로 해체시키려 하는 것이다. 만약 현 대통령님과 정부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일반적인 영화라면, 권위주의에 빠져 있는 대통령님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현 대통령님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고단수의 풍자다. 권위적인 대통령에게 친근함을 부여하고, 많은 사람들이 친근함을 느끼게 함으로써, 비로소 대통령이 권위를 버리고 친근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든다. 친구들 모임에서 한 녀석에 대한 칭찬을 늘어 놓으면 밥을 사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정치인의 허위를 파헤친다.


정치를 가리켜 일종의 쇼라고 한다. 쇼는 거짓이다. 진실을 근간으로 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다른 목적을 위해 쇼를 벌이는 정치인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정치인의 허위를 고발한다. 하지만, 그 비중이 그리 큰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친근함을 부각시키는 것보다 비중이 낮지만, 이런 고발을 빠트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초호화 캐스팅을 통한 어거지 흥행


극장에 가보았더니, 영화는 나름 매진행렬을 이루며 선전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개봉초기에 국한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 본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매진 사례가 계속될만큼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이 뒷받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당장은 극장가에 디스트릭트 9을 제외하면 견제할만한 영화가 딱히 없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대통령 역을 맡고 있는 '이순재, 장동건, 고두심'의 티켓파워가 원인이 아닐까 싶다. 이는 나름 초호화 캐스팅이다. '장동건을 제외하고는 누가 초호화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이순재, 고두심'도 드라마의 인기를 통해 신뢰도를 확보한 분명 티켓파워를 가지고 있는 배우들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의미'가 있을 뿐 '재미'는 없다. 영화 속 대사마따나, 심심하게 만든 영화인 것이다.




장편용 소재를 단편으로 끼워 맞추기


이 영화에는 자그마치 세 명의 대통령이 나온다. 대통령의 임기가 '5년'이니까 이 영화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을 다룬다. 그런데 10년 이상의 긴 시간을 드라마도 아닌 영화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사실 상 버겁다.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세 명이나 되는 대통령의 이야기를 억지로 소화해 내려다 보니, 이야기는 몇몇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는 데 한계가 드러나고, 대통령의 인간적인 고뇌 또한 공감을 얻는 데 실패한다. 극적 전개가 이뤄지지 않으니 긴박감도 없으며 재미 또한 없다. 영화 감독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세 명의 대통령을 내세운 것은 이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모든 대통령은 인간적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그런 좋은 '의도'를 감안하더라도 '재미'가 없어진 건 분명하다.



재미없기로 소문난 옴니버스식 구성의 사용


옴니버스식 구성이 영화판에서 그다지 흥미롭지 않음은 이 방식을 사용한 앞선 영화들에서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세 명의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에 넣으려다보니 옴니버스식 구성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구성 방식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감독은 세 대통령 사이에 연관성을 부여하며 애를 쓰지만, 이는 옴니버스식 구성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한 위장일 뿐, 근본적으로 이 영화는 여지껏 실패해왔던 옴니버스 구성을 근간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세 대통령의 이야기가 유기적이지 못하고 따로 놀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연관성을 부여하기 위한 감독의 노력>

첫째, 김정호(이순재)와 차지욱(장동건)은 서로 다른 당 출신이지만 차지욱의 아버지와 이순재가 친구였다는 설정으로 연관성을 부여한다.

둘째, 김정호(이순재)와 한경자(고두심)는 김정호(이순재)가 대통령 시절, 법무부 장관이었다.

셋째, 김정호(이순재)의 딸, 김이연(한채영)은 차지욱(장동건)과 어려서부터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 훗날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넷째, 김정호(이순재)의 딸, 김이연(한채영)은 한경자(고두심)의 대변인 역할을 맡는다.

다섯째, 장 조리장(이문수)은 조리장으로 세 대통령을 모두 모신다. 이 조리장이 엔딩을 직접 독백하며 따로는야기에 연관성을 부여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장진식 유머'의 썰렁함


길게 늘어놓은 에피소드들에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은 감독인 장진 특유의 유머가 맡았다. '장진식의 유머'는 엉뚱함과 횡당함에서 비롯되어 어찌보면 썰렁할 때도 많다. 그래서 감독의 유머를 다른 영화에서의 유머와 구분하여 '장진식 유머'라 부른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그의 유머는 그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특히나 썰렁하다. 웃음에 관대한 일부 관객들이 분위기를 끌어주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웃을 수 있는 곳이 거의 한군데도 없을 뻔했다. 감독은 지루한 옴니버스 구성에 유머라는 감초를 집어 넣으려 하였으나, 약간의 영향을 미칠 뿐 극적 재미를 부여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유머에 대한 정도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혹 만약 대단히 유머스럽다고 본 사람이 있다면 감독이 의도한 의미는 상대적으로 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분들에게 이 영화는 '블랙코메디'도 아니고 그냥 '코메디'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며


이 영화의 엔딩은 세 명의 대통령을 모두 모신 '장 조리장'의 독백에 의존한다. 그는 그 독백을 통해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며 그러기에 친근한 존재라는 것을 부각시킨다. 이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고단수의 풍자다. 대중들이 대통령에게 친근함을 가지게 만들어, 권위적인 대통령을 억지로 친근한 존재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또한 대통령 혹은 정치인들의 허위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편용 소재를 단편 속에 우겨넣은 옴니버스식의 지루한 영화였으며, 이 지루힘을 극복하기 위해 배치한 유머에서도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이것이 이 영화가 의미는 있되 재미는 없는 영화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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