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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겨울이 왔다. by daphniehan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남들이 모두 따뜻하다 말하는 날에도 언제나 영하의 기분을 느낀다. 몸이 추운 것이야 옷을 껴입으면 어떻게 된다지만, 정작 추위가 나를 곤란케 하는 것은 콧속으로 파고드는 한기다. 콧 속으로 파고 드는 녀석은 나로선 도무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 결국 나는 추위에 창자까지 내어주고는 그만 얼어붙어 버리고 만다. 아침 출근길에 집을 나서서 찬공기를 처음으로 마주할 때면, 그 때마다 미세하게 살이 찢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뭔가 바르는 것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로션을 안바르고는 버겨낼 재간이 없다. 주섬주섬 자동차 꽂이에 꽂아놓은 베이비 로션에 손이 간다. 아침에 앞유리에 가득한 성에도 불청객이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아침이면 .. 더보기
나는 11월의 가을이 제일 좋다. 가을을 가리켜 남자의 계절이라 한다.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가을은 음의 시작이니 여자의 계절이어야 하는데 도리어 남자의 계절이라 일컫는다. 아무래도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쓸쓸함과 고독감을 여자와는 관련 짓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가을을 굳이 구분하자면 나는 그중에서도 늦가을을 좋아한다. 11월쯤의 가을이 좋다. 이쯤되면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는데, 나는 추위에는 젬병 그 자체여서 살짝 거북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11월의 가을이 좋다. 9월과 10월의 가을은 산이 예쁘다. 울긋불긋한 자태가 산 전체가 꽃이 핀 것만 같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게 웬 걸, 비틀어져 가는 죽음의 흔적 같아서 싫다. 나는 도시에 살고 있어 산을 볼 일이 그리 흔지 않으니 자연스레 9, 10월의 가을은 비틀어져 가는 기분일 수.. 더보기
[금연 전 이야기] [금연 전 이야기] -12월의 어느 날 날씨가 춥다 보니 담배 피러 나가기가 버겁다. 찬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부들부들 떨면서 입김인지 담배연기인지 모를 무언가를 내뿜다 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담배를 피워야 하나?'라고 생각될 때가 많다. 정말 밖에 나가기 싫으면서도 밖에 나갈 수 밖에 없다니…. 그렇다! 나는 아무리 춥고 나가기 싫어도 담배만은 피워야 하는 담배의 노예였었다. 생각이 예까지 닿고 나니, 어딘가 기분 나쁘다. 내가 사람이건, 사물이건 간에 무언가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은 내 스스로가 나약하다는 증거일 뿐 다름 아니다. 올해 들어선 담배를 거진 하루에 한 갑 정도 피우다시피 했었다. 물론 따지고 보면 나 혼자서 하루에 한 갑을 피운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다른이들에게 항상 담배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