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자막이 세로로 나오지요. 그런데 같은 영화를 집에서 보게 되면(비디오나 dvd, iptv 등으로) 가로로 펼쳐집니다. 이렇게 같은 영화인데도 자막을 삽입하는 위치가 서로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릴 적 듣기로는 이랬습니다. 가로 자막을 쓰게 되면 쉽게 읽히기 때문에 편리하지만(세로 자막에 비해), 영상을 가리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영화관에서는 세로로 배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관은 영상미를 더 중시하니까 말이지요. 하지만 가정에서는 제한된 화면에서 감상을 해야 하니, 보다 가독성이 좋은 가로 방식이 선호된다 하였습니다.
![]() NFT1, BFI Southbank by dalcrose ![]() ![]() ![]() |
그런데 영화관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시는 분께 여쭈었더니 이와 전혀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여기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더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던 것이죠.
먼저 영화관의 아날로그 필름의 경우, 가로로 떨림 현상이 발생한다 합니다. 영화 필름은 세로로 필름을 돌리면서 영사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가로로 자막을 배치하게 되면 이 떨림으로 인해 자연스레 가독성에 문제가 생긴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스크린의 우측부에 세로로 자막을 배치한답니다. 하지만 가정용 영상기기(TV, 모니터)는 세로로 떨림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는 주사선이 가로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하단부에 가로로 자막을 배치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세로에 자막을 넣게 되면 가독성에 문제가 생기니 말입니다.
![]() The Suck by Big Fat Rat ![]() ![]() ![]() |
최근들어 국내 영화관에도 디지털 상영관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디지털 상영관은 TV나 모니터처럼 세로로 떨림 현상이 일어난다 하더군요. 이는 TV 나 모니터와 마찬가지로 주사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디지털 상영관에서도 자막을 가로로 배치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군요.
영화관에서는 세로로 자막을 넣고, TV나 모니터에서는 가로로 자막을 넣는 이유, 이제 아셨죠? 진실은 자막이 영상을 가리기 때문이 아니라, 화면의 떨림현상에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도 디지털 상영관은 가로로 자막을 배치한다고 하니, 이는 곧 디지털 상영관과 아날로그 상영관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겠군요. 이로써 디지털 상영관과 아날로그 상영관을 구분하는 법도 알고 가시는 겁니다. 이 기준은 덤으로 가져 가세요~
'01.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굿모닝 프레지던트 - 고단수의 수법으로 대통령의 권위를 무너뜨리다. (9) | 2009.10.25 |
---|---|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장 조리장은 장진 감독의 분신이다! - 본편에 대한 사족 (2) | 2009.10.25 |
디스트릭트 9, SF의 탈을 쓴 화끈한 풍자극 (16) | 2009.10.20 |
[리뷰] 애자(2) - 애자라는 이름의 역설법과 단점의 극복 (0) | 2009.10.17 |
[리뷰] 애자(1) - 모순과 역설의 변주곡으로 딸의 가치를 말하다. (0) | 2009.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