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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영화 이야기

[영화를 알자] 영화 자막은 왜 세로로 넣을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자막이 세로로 나오지요. 그런데 같은 영화를 집에서 보게 되면(비디오나 dvd, iptv 등으로) 가로로 펼쳐집니다. 이렇게 같은 영화인데도 자막을 삽입하는 위치가 서로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릴 적 듣기로는 이랬습니다. 가로 자막을 쓰게 되면 쉽게 읽히기 때문에 편리하지만(세로 자막에 비해), 영상을 가리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영화관에서는 세로로 배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관은 영상미를 더 중시하니까 말이지요. 하지만 가정에서는 제한된 화면에서 감상을 해야 하니, 보다 가독성이 좋은 가로 방식이 선호된다 하였습니다.


NFT1, BFI Southbank
NFT1, BFI Southbank by dalcrose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그런데 최근 들어 영화관에 갔더니, 가로로 자막이 나오는 경우가 있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영화관에서도 영상미보다는 가독성에 초점을 두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시는 분께 여쭈었더니 이와 전혀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여기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더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던 것이죠.

 

먼저 영화관의 아날로그 필름의 경우, 가로로 떨림 현상이 발생한다 합니다. 영화 필름은 세로로 필름을 돌리면서 영사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가로로 자막을 배치하게 되면 이 떨림으로 인해 자연스레 가독성에 문제가 생긴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스크린의 우측부에 세로로 자막을 배치한답니다. 하지만 가정용 영상기기(TV, 모니터)는 세로로 떨림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는 주사선이 가로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하단부에 가로로 자막을 배치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세로에 자막을 넣게 되면 가독성에 문제가 생기니 말입니다.

The Suck
The Suck by Big Fat Rat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최근들어 국내 영화관에도 디지털 상영관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디지털 상영관은 TV나 모니터처럼 세로로 떨림 현상이 일어난다 하더군요. 이는 TV 나 모니터와 마찬가지로 주사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디지털 상영관에서도 자막을 가로로 배치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군요.

 

영화관에서는 세로로 자막을 넣고, TV나 모니터에서는 가로로 자막을 넣는 이유, 이제 아셨죠? 진실은 자막이 영상을 가리기 때문이 아니라, 화면의 떨림현상에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도 디지털 상영관은 가로로 자막을 배치한다고 하니, 이는 곧 디지털 상영관과 아날로그 상영관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겠군요. 이로써 디지털 상영관과 아날로그 상영관을 구분하는 법도 알고 가시는 겁니다. 이 기준은 덤으로 가져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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