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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음악 이야기

[음반리뷰] 가을밤에 듣는 끈적하고 달콤한 사랑노래, 준잭(JunJack) - Funky Love Song

   

<이 글은 위드블로그에서 베스트글로 선정되었습니다.>


최근들어 우리 음악계에도 조금씩 Groove한 음악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 음악계는 Groove한 음악의 불모지에 가깝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준잭의 이번 앨범은 Groove의 가녀린 싹을, 더 큰 가지로 성장하게 하는 좋은 양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냉정히 말해 그의 음악은 대단히 Groove하거나, 대단히 Funky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적당히 Funky하고, 적당히 Groove하지요.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Groove도, 이 정도의 Funky함도, 대단히 Groove하고 Funky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젖도 떼지 않은 젖먹이에게 밥을 쑤셔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 정도면 젖먹이에 알맞는 이유식 정도라 하겠군요.

 


 

전체적인 느낌

 

앨범은 전반적으로 듣기 좋고 무난한 Groove한 음악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체로 무난한 곡이 많기에 음악을 들으며 기분 좋게 무언가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다시 말해 배경 음악으로 써먹기엔 제 격입니다. 가령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듣기에 좋고, 카페의 분위기를 살리기에 좋고, 연인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는 더없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난함은 도리어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이 앨범은 조연 역할에만 충실할 뿐, 주연 역할을 하기엔 좀 부족해 보입니다. 이는 곡에 인상적인 포인트가 없기 때문인데요. 대부분의 히트곡들이 인상적인 포인트들을 가지고 있다란 걸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이유는 곡의 기승전결에 있는 듯 합니다. 곡이 기승전결을 이끌어 가는 방식이 대체로 비슷비슷합니다. 한, 두 작곡가에 의해 쓰여진 곡이고 한 장르에 속한 노래라 하더라도, 그 방식을 조금씩 달리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같은 단맛을 낼지언정 하나는 사탕으로, 또 하나는 초컬릿으로, 또 하나는 감초로, 더 다양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믹싱도 다소 아쉽습니다. 각각의 악기소리를 깔끔하게 잘 뽑아내긴 하였으나 지나치게 꾸밈이 없고 정직합니다. 약간만 더 포장을 하였더라면, 훨씬 더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앨범은 펑크와 소울, 블루스 스타일의 곡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솔로 앨범이지만, 밴드 음악을 지향하는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모든 곡이 기타, 베이스, 신지사이저, 드럼의 5인조 혹은 6인조 밴드 음악 같은 느낌을 줍니다. 가사는 Funk스러운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드러내놓고 Funk스럽지 않고 은근히 뱉어내는 것이 더욱 매력적입니다.

 

그럼 다음으로 트랙별 인상을 살펴보도록 하죠.

 

트랙별 인상

 


 

1) 러브잼

이 앨범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노래 중 하나입니다. 기타 리프가 매우 감각있고 인상적입니다. 베이스도 재미있고 맛깔스럽니다. 리듬을 타고 뉘엿뉘엿 분위기를 끌어가는 보컬도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혼자혼자혼자'하는 부분은 짜릿하기만 하고, 기타 애드립 부분은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군요. 가사는 서로 다른 사랑을 하고 있지만, 함께 보낸 사랑의 날을 기억하며 다시 만나길 원하는 내용입니다. 다분히 Funk스러운 가사군요. 추천곡입니다.

 

2) 다시 만날래

이 앨범에 수록된 곡 중 가장 최고로 꼽는 노래입니다. G-FUNK 계열의 베이스 소리도 좋지만, 전체적으로 리듬을 이끌어 가는 건반이 평범한 듯 매력적입니다. 패드 소리가 분위기를 잘 잡아주면서도 이따금씩 나오는 피아노 소리가 대선을 잘 보조합니다. 특히 '전화할까 말까'하는 부분의 피아노는 정말 짜릿하군요. 기타 애들립 역시 이전곡과 마찬가지로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사는 헤어진 옛 연인과 우연히 재회한 후, 잊지 못했으니 다시 만나고 싶다는 독백을 읊조립니다. '잊고 싶었어. 잊을 수 없어. 니 목소리가 늘 귓가에 멤돌았어.', '너는 어땠어? 아직 혼자야? 믿을 수 없어. 정말', '혹시 만나자면 또 다시 만난다면 허락해 주겠니?' ㅎ 옛사랑이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군요. 추천곡.

 

3) My My

전형적인 Funk 넘버 중 하나입니다. 기타와 베이스를 위한 노래라 해도 될만큼 기타와 베이스가 현란하게 춤을 추네요. 싸비부분이 더 인상적이었으면 더 좋을 뻔했습니다. 절절한(?) 구애의 노래입니다.

 

4) Please Come Back

소울필, 블루스필이 강한 노래입니다. 코러스가 보컬에 잘 버무려진 듯 합니다. 다분히 주관적이긴 합니다만 보컬의 목소리가 좀 더 소울필이었으면 더 좋겠다 싶습니다. 기타가 진짜 미친듯이 끈적거립니다. 추천곡

 

5) Secret

이 노래 역시 신나는 funk곡. 매력적인 여인이 내게 다가와 나를 유혹해주길 바라는 남자들의 로망(?)이 한껏 담겨져 있는 노래입니다. 보컬이 좀 더 찐하고, 좀 더 오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6) It`s all right

들으면 들을 수록 매력적인 소울풍의 곡입니다. 초반부의 몽환적 분위기의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이고, 피아노 반주 역시 애절한 보컬과 어울려 아주 매력적입니다. 노래 구석구석을 메우는 기타 리프는 정말 기가 막힙니다. 이별의 순간, 사랑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독백들로 가득 메워져 있는 노래입니다. 추천하고픈 노래입니다.   

 

7) 조용히 너를

블루스풍의 노래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연인(?)과 재회한 날의 이야기가 다분히 Funk스럽게 제시됩니다.

 

8) 우리 너무

이 노래 역시 블루스 넘버. 베이스가 맛있습니다. 만난 날부터 다시 만난 날까지의 사랑 이야기와 그리고 다시 만난 날부터 헤어지기까지의 이별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사랑 이야기는 남성보컬이 이별 이야기는 여성 보컬이 피쳐링으로 부르는군요. 곡의 구성이나 발상이 참신하고 좋습니다.

 

9) Funky Lady

앨범에서 가장 Funky한 노래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드럼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와우 기타와 베이스 모두 맛깔스럽습니다. 싸비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추천곡.

 

10) 예뻐해줄래

술잔에 맥주를 따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이 곡은, 이별 후 쿨한 척하고는 있지만 다시 돌아오면 예뻐해줄테니 꼭 돌아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러한 나를 찾아와 사랑을 남기고 떠나갑니다. 남자는 여전히 여자에게 매여있군요. 보컬의 목소리가 좀 더 소울스러웠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이상으로 준잭의 신작 앨범을 살펴보았습니다. 앞서도 언급한 바 듣기 좋고 편안한 Groove한 음악으로 가득메워져 있는 음반입니다. Groove한 음악의 매니아라면 Groove감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Groove한 음악을 처음 접한 이라면 충분히 Groove의 매력을 맛보실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지산 밸리 락 페스티발에도 초대될만큼 실력파 뮤지션이면서, 특히 음반에서 기타나 베이스를 연주하시는 분들의 솜씨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밴드의 조화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처음부터 유창히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알파벳부터 차근차근 밟아가야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준잭의 이 앨범은 우리나라의 Groove함과 Funky함에 있어 ABC 역할을 하게 되리라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앨범과 같은 앨범들이 많이 등장하여 우리나라 음악계에도 Groovy 전성시대가 펼쳐지길 염원해 봅니다.

 

사족) 타이틀곡은 1번 트랙인 '러브잼'인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번 다시 만날래나 6번 it`s all right이 더 좋았을 것 같은데요. 아래는 뮤직비디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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