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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영화 이야기

교차상영에 대한 항의, 과연 정당한가?

   
 


교차상영 문제로 최근 영화계가 뜨겁다. 자그마치 두 개의 영화사가 교차상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논란의 당사자는 장나라 주연의 <하늘과 바다>와 윤계상, 조재현 주연의 <집행자>.


 


 

그런데 두 영화는 본의 아니게 공통점이 많다. 두 영화가 모두 교차 상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두 영화가 모두 영화 관계자들의 실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기 때문이다.(<하늘과 바다>는 주호성, <집행자>는 윤계상) 거기에 <하늘과 바다>는 한술 더 떠 제작자와 출연 배우 간의 설전까지 오고 갔으며, 이미 출품도 안된 작품의 대종상 수상 문제로 거센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교차상영을 둘러싼 두 영화의 입장엔 큰 차이가 있다. 먼저 <하늘과 바다>는 대종상 수상 문제와 관련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흥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정상적인 상영이라도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지만 대종상 수상에 대한 명분이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또 정상적인 상영만 확보가 되기만 한다면야, 논란의 여파를 타고 최소한의 흥행은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자칫 돈 잃고 명예 잃을 판이다 보니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하지만 <집행자>측의 입장은 다르다. <집행자>측은 교차 상영으로 인한 관객 감소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감독은 물론 주연배우인 조재현까지 전면에 나서 이를 호소하고 있다. (또다른 주연배우인 윤계상도 나서고 싶기야 하겠지만 얼마전 본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지라 자제하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억울할 수도 있는 것이, 정상적인 상영이 이루어지던 개봉 후 일주일만 하더라도 20만 관객을 끌며 호평을 받던 작품이, 교차상영이 시작된 2주차부터는 관객수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집행자>를 관람한 극장만 하더라도 8개관 중 4개관이 풀로 <2012>를 돌리는데 여념이 없었고, <집행자>는 그나마 1개관에서, 그것도 <디스 이즈 잇>과 퐁당퐁당으로 1일 3회 방영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집행자>를 실제로 본 주관적 의견으로는 충분히 억울한 심정이 들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공들인 흔적이 많은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영화 집행자 리뷰 바로가기>



 



여하튼 자그마치 두 개의 영화나 교차상영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두 영화가 힘을 합쳐, 과연 그들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까. 일단 <하늘과 바다>측은 손해 볼 것이 없어 보인다. <집행자>측이 합류해줌으로써, 좋은 작품이 영화 배급사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사장될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집행자>측은 잘 되면 좀 더 흥행하는 것이고, 못 되면 막말로 <하늘과 바다> 좋은 일만 시켜주는 꼴이 되고 만다. (사실 보지도 않은 영화를 가지고 뭐라 하긴 그렇지만, <말아톤>, <맨발의 기봉이>의 2009년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에 작품성이라는 것을 그다지 기대하게 하지는 않는다. 어설픈 유머에 휴먼스토리로 포장한 속 빈 강정에 불과할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 집행자 리뷰 바로가기>


 



사실 이들의 교차 상영은, 당사자들에게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배급사와 유통구조의 문제'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배급사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정 영화에 집중하는 것은 경제논리에 의거, 당연하다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많은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2012>가 많은 상영관을 차지하는 것은, 이 영화의 흥행성을 볼 때,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원망하여야 하는 것은 배급사가 아니라, <2012>이어야 한다. 아니다. 그들이 해야할 것은 '원망'이 아니라 '경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만약 그들이 최소 한 개관이라도 확보하고자 한다면, 좀 더 바람몰이를 일으키기 위한 다른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서명을 원한다면 명부를 달라. <집행자>를 위해선(!) 기꺼이 서명할 용의가 있다. <영화 집행자 리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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