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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사는 이야기

겨울이 왔다.

   



얘 한켤레면 실내에서도 추위..
by daphnieha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남들이 모두 따뜻하다 말하는 날에도 언제나 영하의 기분을 느낀다. 몸이 추운 것이야 옷을 껴입으면 어떻게 된다지만, 정작 추위가 나를 곤란케 하는 것은 콧속으로 파고드는 한기다. 콧 속으로 파고 드는 녀석은 나로선 도무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 결국 나는 추위에 창자까지 내어주고는 그만 얼어붙어 버리고 만다.

 

아침 출근길에 집을 나서서 찬공기를 처음으로 마주할 때면, 그 때마다 미세하게 살이 찢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뭔가 바르는 것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로션을 안바르고는 버겨낼 재간이 없다. 주섬주섬 자동차 꽂이에 꽂아놓은 베이비 로션에 손이 간다.

 

아침에 앞유리에 가득한 성에도 불청객이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아침이면 매 번 바쁘기만 한데, 그 와중에 성에를 벗겨내려면 이름처럼 성가시기 짝이 없다. 혹시나 지각할까 촉각을 다투어가며 긁어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나마 날이 따뜻한 날엔 와이퍼로 스윽 닦으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니 그나마 낫긴 하지만.....

 

담배 피러 밖에 나가기도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칼바람을 뚫고 기여코 밖에 나가 벌벌 떨면서 한 대 피고 있노라면, 내가 담배의 노예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온다.

 

또 외롭기로 치면 겨울만한 것이 있으랴. 연애하기에도 겨울은 최악이지만, 몸부지할 곳만 있다면 사랑하기에도 겨울만한 것이 없다. 크리스마스, 연말의 흥성거림은 사랑하는 이만 함께 있다면 도리어 따뜻하기 마련이다.

 

겨울은 근 몇 년간 매년 맘 쓰리게 하던 그 계절이기도 하였다. 매년 이맘 때면, 난 마치 흔들리는 촛불마냥 좌우로 비틀거렸고, 외로워 했고, 또 나의 앞날을 걱정하였다. 담배를 끊어보려 애썼지만 그 때마다 실패하였다. 언제나고 곁에 있어주는 친구는 담배 뿐이었던 까닭이다.

 

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따뜻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동토에 움추리고 있던 꽃망울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 향기도 다른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꽃망울만 터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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