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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사는 이야기

탈옥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있었다. 이 방을 나가기 위해 수도 없이 발버둥쳤지만 그 때마다 결과는 실패였었다. 나갈 수 있다는 희망조차 무너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차츰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마치 원래부터 내가 어둠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놈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마저 갖게 되었다. 그런데 영원히 열릴 것 같지 않던 그 문이 갑자기 덜컹거리기 시작하였다. 삐그덕하는 굉음을 내뿜으며 힘겹게 비틀거리고 있었다. 좁은 문 틈 사이로 칼날이 어둠을 갈랐다. 빛이 날카롭게 스며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광명이었다. 어찌된 일인가 싶어 문 뒤를 보았다. 빛에 눈이 멀어 얼얼하여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눈물이 가득 고인 붉은 눈 위로, 어른대며.. 더보기
나의 외로움에 대한 생각들 나의 블로깅은 외로움에서 비롯되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한편, 두편 쓰던 것이 이래 되었다.(물론 외로움보다 더 큰 이유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이 오프라인에서 불가능한 그것을 온라인으로나마 충족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소일거리 할 것 없는 외로운 시간을 달래려, 마치 수양하듯, 한편, 한편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블로깅을 하면서도 친구 만들기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이것이 나의 인간관계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에선 나도 지극히 정상적인 관계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다만 나이를 먹다보니 어느 덧 친구들은 결혼으로 하나 둘 떠나가 버리고, 나는 기댈만한 변변한 애인 하나 없는 사정이다보니, 밤이면, 주말이면 그 외로움을 벗어날 방도가 없.. 더보기
겨울이 왔다. by daphniehan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남들이 모두 따뜻하다 말하는 날에도 언제나 영하의 기분을 느낀다. 몸이 추운 것이야 옷을 껴입으면 어떻게 된다지만, 정작 추위가 나를 곤란케 하는 것은 콧속으로 파고드는 한기다. 콧 속으로 파고 드는 녀석은 나로선 도무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 결국 나는 추위에 창자까지 내어주고는 그만 얼어붙어 버리고 만다. 아침 출근길에 집을 나서서 찬공기를 처음으로 마주할 때면, 그 때마다 미세하게 살이 찢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뭔가 바르는 것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로션을 안바르고는 버겨낼 재간이 없다. 주섬주섬 자동차 꽂이에 꽂아놓은 베이비 로션에 손이 간다. 아침에 앞유리에 가득한 성에도 불청객이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아침이면 .. 더보기
나는 11월의 가을이 제일 좋다. 가을을 가리켜 남자의 계절이라 한다.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가을은 음의 시작이니 여자의 계절이어야 하는데 도리어 남자의 계절이라 일컫는다. 아무래도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쓸쓸함과 고독감을 여자와는 관련 짓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가을을 굳이 구분하자면 나는 그중에서도 늦가을을 좋아한다. 11월쯤의 가을이 좋다. 이쯤되면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는데, 나는 추위에는 젬병 그 자체여서 살짝 거북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11월의 가을이 좋다. 9월과 10월의 가을은 산이 예쁘다. 울긋불긋한 자태가 산 전체가 꽃이 핀 것만 같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게 웬 걸, 비틀어져 가는 죽음의 흔적 같아서 싫다. 나는 도시에 살고 있어 산을 볼 일이 그리 흔지 않으니 자연스레 9, 10월의 가을은 비틀어져 가는 기분일 수.. 더보기
비오는 날, 시내 버스는 아름답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xxx~' 난데 없이 부르는 이 노래에 당황하시지는 않으셨나요? 제가 부른 이 노래처럼, 사람들은 흔히 비가 오면 생각나는 무언가가 있다고들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엔 '짬뽕'이 제일 먼저 생각나고요. 그 다음으로는 '시내버스'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난데 없이 웬 시내버스냐고요? 비 오는 날의 시내버스는 저에게 꽤 특별하거든요. 왜냐하면, 비 오는 날의 시내버스는 평상시와 달리 유독 남다른 감성에 젖어들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은 일부러 시내 버스를 타기도 할 정도이지요. by titicat ..... 비 오는 날의 시내버스는 언제나 차창에 새하얀 성에들로 가득합니다. 저는 그것이 마치 반투명의 구름마냥 느껴져, 그 속에서 환상적인 기분을 느끼곤 하였.. 더보기
나는 될 놈일까? 안될 놈일까? 성공하기 위해 운은 절대적인 것인가? '실력 2에 운이 8할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입시 지도를 하다 보면 참으로 이 말의 옳음을 실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나 학과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나아도 떨어지는 일이 있는가 하면, 성적이 모자라도 합격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성적이 나은 학생이 확률적으로 더 유리하긴 하겠지만, 함께 경쟁하는 사람들의 면면이나 숫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일쑤다. 어느 정도의 실력은 기본이지만 그 기본을 넘어서게 되면 운이 그 운명을 결정 짓는 것이다. 언젠가 무릎팍 도사 '비'편을 본 적이 있었다. 비는 연습생 시절을 회고하며 "될 놈은 어떻게든 되더라고요."라고 했다. 될 놈은 어떻게든 된다라.....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로 이런 사람들이 있는.. 더보기
만원 영화관이 싫은 이유 by Fribirdz 영화관이 만원을 이루면 영화관 입장에서야 즐겁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환영할만한 일이 못된다. 일단 원하는 좌석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원하는 좌석을 확보한다한들, 항상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어 애를 먹인다. 그들이 지나가면서 영화에 시야를 가리는 문제도 있지만, 핸드폰을 후레쉬 삼아 앞을 내비치고 가는 통에 집중력을 흐트린다. 게다가 자기 자리를 찾는답시고 '여기가 몇 번이에요?'하는 식의 말이라도 건네게 되면 그야말로 난감하다. 한 번은 영화가 시작될 때까지 빈자리로 남아있는 좌석이 있어, 그리로 좌석을 옮긴 사람들이 있었는데, 뒤늦게 들어온 원주인이 자리 소유권을 주장하는 탓에 아주 곤란한 적도 있었다. 뿐만 아니다. 만원이 되면 부쩍 떠드는 사람이 많다. 지나간.. 더보기
괴물 갈매기가 출현하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군요. 지난 21일 호주의 한 방송사의 뉴스가 진행되던 도중, 앵커의 등 뒤로 거대한 갈매기 한 마리가 나타났다 합니다. 더군다나 이 장면은 살인사건을 방송하는 도중 일어난 일이라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하였다 하는군요. 살인 사건이니까 굉장히 심각한 말투로 말하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지요. ㅎㅎㅎ 원인은 다름아닌 도시의 모습을 비추는 현장 카메라에 있었다 합니다. 도시의 전경을 비추기 위해 설치된 카메라 앞에 갑작스레 갈매기 한 마리가 나타난 것이지요. 앵커는 블루스크린 앞에서 방송하고 있었을 테니, 당연히 이 상황을 몰랐겠지요. 실제로 이 방송을 보고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만 같습니다. 간만에 한껏 웃었습니다. 글이 마음에 드셨나요? 그렇다면 아래의 손가락 모양을 꾹 눌러주세요!.. 더보기
지구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Peace by Cayusa 자연 속에 머물다 보면 지구가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오늘 잠깐 짬이 난 사이 담배나 한 대 필랬더니, 마땅히 필만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인적이 드문 건물을 찾아 그 뒤 편으로 들어갔는데, 그런데 드문드문 난 풀과 버려진 쓰레기들 사이로 개미 한마리가 꼬물꼬물 기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 쪽으로 빠르게 기어오길래, 장난끼가 동해 담배 연기를 그의 곁에 옮겼다. 그랬더니 깜짝 놀라 도망가 버리고 만다. Marching through the time... by Yuga. 도시의 한 켠에선 사람들밖에 없었다. 마치 지구는 사람의 전유물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자연 속에 가니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구에는 사람말고도 많은 생명체들.. 더보기
시간 위에 나의 흔적을 남겨라. 얼마 전 지인 중 한 분이 돌아가셨다. 대부분의 장례식은 연세 드신 분들의 그것이었기에, 무의식 중 한 켠엔 당연히 언젠가는 가시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나 보다. 얼마 전 돌아가신 분은 한창 나이었기에, 죽음은 너무나 어색하기만 하였다.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하였다. 내가 죽으면 누가 날 찾아줄 것인가, 내가 죽으면 누가 슬퍼해줄까, 내가 죽으면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가 아니 회자되기나 하는 사람일 수 있을까. 죽으면 모든 것이 허망해지는가 보다. 그렇게 허망해지기 전에, 내가 살았었다는 증거를, 내가 가치로웠다는 증거를, 세상 여기 저기 뭍혀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이면 흘러가는 시간 위에 남긴 나의 흔적들이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손목시계 by Heungsub 고인을 꼭 닮..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