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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스포츠 이야기

한일챔피언십, 이승엽의 8번 선발 출장의 의미는?




기아와 요미우리의 한일 클럽 챔피언십도 막을 내렸다. 이 경기에서 이승엽은 선발 1루수로 선발 출장하며 2루타 2개를 기록,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그의 타순은 8번. 올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얼룩진 그의 활약상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겠지만, 이 경기의 선발 출장이 한국팬들에 대한 서비스 측면이 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에게 있어 8번 출장은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8번 타순은 통상, 타력이 가장 약한 선수들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8번이 확률적으로 찬스가 가장 오기 힘든 타순이기 때문인데, 그래서 대부분 수비 부담이 많은 포수나 유격수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승엽의 평소 인성을 감안할 때, 그는 아무런 내색 않고 경기에 임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그의 마음 속은, 마치 용광로처럼 타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고국의 팬들이 지켜보는 시합에서 8번은, 어떤 의미에선 부상이라는 핑계를 대더라도 아예 출장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 4번 타자이자, 한 때이지만 요미우리의 4번 타자이지 않았었던가.

 

1회 월드베이스클래식 직후의 일본 시리즈에서 준우승에 그친 이승엽은 메이저리그의 오퍼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요미우리가 우승하고 나면 생각해보겠다며 정중히 거절했었다. 요미우리와의 의리와 우승이라는 대의를 중시한 그다운 결정이었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 오늘의 8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가 지킨 의리와 명분이 고국팀과의 경기에서 8번 선발 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곤 그도 미처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이승엽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음 같아선 그가 메이저리그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곳이 그에게 더 맞는 리그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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