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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스포츠 이야기

한국시리즈 7차전, 헹가레 투수는 없었다. 헹가레 타자가 있었다.

   



서로 홈에서만 승리하는 이상한 징크스를 만들어 내며 팽팽하게 맞서던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난 한국시리즈 7차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기에 언론에서는 '양팀의 헹가레 투수가 누가될 것인가?' 하는 것을 취재꺼리로 쏟아내곤 하였다. 언론에서 주목한 투수는 기아의 유동훈과 sk의 채병룡.

 

5:5로 팽팽하게 맞선 9회. 아니나 다를까. 예상처럼 9회초엔 유동훈이, 9회말엔 채병룡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다. 양 투수가 이전까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왔었기에 연장전은 당연해 보였고, 12회까지만 연장이 허용된다는 중계진의 멘트는, 무승부의 연속이던 삼성과 현대의 지난 한국씨리즈를 떠오르게 하였다.

 

유동훈은 마운드에 올라 차분히 3타자를 삼자범퇴로 처리하였고, 채병룡 역시 한 타자를 차분히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였다. 그리고 타석엔 나지완. 신흥거포로 떠오르는 선수기는 하지만 데뷔 2년차의 신출내기인데다, 오늘 이미 홈런을 하나 터트렸기에, 이 경기에서 그의 능력치는 이미 모두 발휘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볼카운트 2 스트라이크 2 볼에서 그가 친 타구는 아주 높이 솟아올라 그야말로 아치(Arch)를 그리며 담장을 넘겼다. 

 

펄쩍펄쩍 뛰며 자신이 때린 공을 바라보던 그는, 어느새 두 손을 높이 들며 베이스를 돌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3루 베이스코치를 시작으로 그는 선수단에 둘러쌓여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선수단은 눈물을 흘렸다. 기아 타이거즈가 마침내 우승을 거둔 것이다.

헹가레 투수는 없었다. 그러나 헹가레 타자가 있었다. 2002년 한국시리즈의 이승엽과 마해영의 랑데뷰 끝내기 홈런처럼 그의 끝내기 홈런은 영원히 기억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홈런을 계기로 그의 포텐셜 또한 폭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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