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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국어/문학/교육 이야기

'신종 플루'를 통해 깨달은 '가족 사랑'


U.S. President Obama declares national emergency for H1N1 flu outbreak


이번 주 들어 '신종 플루'의 기세가 무섭다. '신종 플루'가 심각하다는 미국발 뉴스가 전해질 때만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학교에 오니 가히 그 기세를 실감할만 하다. 각 반마다 확진 환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고 인근 학교는 휴교까지 내렸다.


그리고 우리반에도 드디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였다. 새벽부터 열이 심해서 등교하기 어렵다 하는 것을 얼굴 한 번 보고 병원으로 바로 가자며 달랬다. 그런데 상태를 보니 덩치도 큰 녀석이 핼갛게 되서는 어딘가 안됐다. 그래서 병원에 가면 진단 결과를 전화로 알리라며 신신당부하고는 병원으로 보냈다.


점심때쯤 하여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그런데 신종플루 확진이랜다. 우리반 첫 환자였기에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회의 시간에 누차 들었던 것처럼 매뉴얼대로 읊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번씩 경과를 알려라.', '사이버 공부방의 학습과제를 해와라.' 등의 이야기들을 말이다.


잠시후에 학부모님께 전화가 왔다. 별 것 아니라며, 학교에 이미 환자가 많은데 별 일 없으니 걱정 마시라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학부모님이 울먹이신다. 아무리 금방 나을 것이라 해도 자식의 일이라 남다르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하기사,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병이기는 하였다. 많은 기환자들이 일주일쯤 푹 쉬고 별 일 없는 것처럼 돌아오고 있으니, 내게는 그것이 그저 심한 독감 정도로 여겨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가족들에게는 다르다. 가족이라면 본능적으로,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제서야 나는 성급하게, 혹은 사무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을까 염려되었다.


동료 선생님 중에도 확진 환자가 발생하였다. 돌도 안된 갓난쟁이가 있는 집이라, 처자식은 남편을 버리고(?) 친정으로 갔다 하였다.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어딘가 씁쓸하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홀아비 신세가 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럽지 않냐고 물었더니 애한테 옮을 바엔 이게 낫단다. 가족들을 위하는 마음인 것이다.


가족애는 안타깝게도, 위기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는 사소한 것으로도 인상 쓰고 짜증 부리지만, 위기 상황이면 누구보다도 그의 편이 되어 돕는 것이 가족이다. 신종 플루, 참으로 무섭고, 피해가야 할 병이지만,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을 통해 나는 가족애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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