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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사는 이야기

나의 외로움에 대한 생각들

   


나의 블로깅은 외로움에서 비롯되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한편, 두편 쓰던 것이 이래 되었다.(물론 외로움보다 더 큰 이유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이 오프라인에서 불가능한 그것을 온라인으로나마 충족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소일거리 할 것 없는 외로운 시간을 달래려, 마치 수양하듯, 한편, 한편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블로깅을 하면서도 친구 만들기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이것이 나의 인간관계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에선 나도 지극히 정상적인 관계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다만 나이를 먹다보니 어느 덧 친구들은 결혼으로 하나 둘 떠나가 버리고, 나는 기댈만한 변변한 애인 하나 없는 사정이다보니, 밤이면, 주말이면 그 외로움을 벗어날 방도가 없는 것이다.

가로등


물론 생각해보면 이는 누군가에 의지하거나 들이대는 것을 태생적으로 거부하는 나의 습성 탓일 수도 있다. 남을 구태여 불러내어 만나려 하지 않기에 나의 만남은 언제나 내가 누군가를 불러내는 법이 거의 없고, 항상 남이 나를 불러내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것일까? 어쩌면 나는 외로움을 자초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성향은 온라인상에서도 두드러진다. 나는 그 흔한 싸이월드조차 건드려본 적 없고, 최근 유행한다는 미투데이나 트위터에서도 친구 만들기에 소극적이다. 내가 온라인에서 유독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금하고 있는 블로깅뿐이다.


나는 혼자 살고 있다. 그러기에 그 외로움이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 사는 것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간섭 받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여유로운 삶이 가능하다. 방 안에서 담배를 피워도 좋고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아도 좋다. 치약 뚜껑을 닫지 않아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다만, 연휴가 이어질 때 특별한 약속을 잡아 두지 않으면 몇 날 몇일이고 이야기할 사람 없다는 것은 좀 곤란한 문제기는 하지만 말이다.


얼마전 내가 소개시켜 준 두 남녀가 결혼을 하였다. 그리고 처음에도 내가 그들을 소개했듯, 그들의 결혼식을 내가 사회 보았다. 그리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날 다시 만났다. 신랑, 신부가 각각 모두 친구여서 그런지 부부가 된 그들이 어색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결혼한 친구'가 좋아 보였다. 그 전엔 나는 일절 결혼한 친구가 부러워 보였던 적이 없었다. 아직도 결혼해야겠다는 조급증 따위는 없다. 하지만 더이상 외로움을 달래려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은 좋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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