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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사는 이야기

탈옥

이유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있었다. 이 방을 나가기 위해 수도 없이 발버둥쳤지만 그 때마다 결과는 실패였었다.

나갈 수 있다는 희망조차 무너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차츰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마치 원래부터 내가 어둠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놈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마저 갖게 되었다.


그런데 영원히 열릴 것 같지 않던 그 문이 갑자기 덜컹거리기 시작하였다. 삐그덕하는 굉음을 내뿜으며 힘겹게 비틀거리고 있었다. 좁은 문 틈 사이로 칼날이 어둠을 갈랐다. 빛이 날카롭게 스며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광명이었다.


어찌된 일인가 싶어 문 뒤를 보았다. 빛에 눈이 멀어 얼얼하여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눈물이 가득 고인 붉은 눈 위로, 어른대며 흔들리는 시야 너머로, 거기에는 문을 열어주기 위해 애써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문이 점점 더 크게 덜컹거렸다.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도 반대편에서 힘껏 당겼다. 밀고 당기는 사이에서 두 손이 맞닿았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스함이었다. 문이 점점 더 크게 덜컹거렸다. 15도, 30도, 45도를 넘어서는 듯 20도. 15도, 45도 그리고 또다시 30도. 30도, 40도, 60도, 70도.....


이제서야 친구의 모습이 분명히 보인다. 고맙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