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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사랑 이야기

킹카는 퀸카를 사귈 수 없다?!

   



제 아무리 표범이 빨라봤자 날으는 독수리를 물 순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독수리가 땅으로 내려오게 유인한 뒤 재빨리 다가가 잽싸게 물어버리는 수밖에.

 

도도하고 아주 매력적인 여인이 있다고 치자. 그녀는 퀸카 그 자체이기에, 어려서부터 그녀에게 스스로 충직한 시종이 되기로 맹세한 남자는 이미 차고도 남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연스레 뭇 남자들의 눈빛만 보더라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지 정도는 알아차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녀는 이미 나의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서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말인 즉은 내가 아무리 괜찮은 남자라 한들, 그녀가 나에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임을 뜻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굳이 멋지고 잘생긴 그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녀가 부르면 즉각 달려나올 수 있는 남자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고, 이미 그녀 곁엔 그녀를 여왕처럼 떠받들어 주는 시종들이 많은 상황이기에, 아무리 마음에 드는 남자들이 나타난다 한들, 그녀가 먼저 그에게 다가갈 확률은 없기 때문이다. 여왕으로서의 체면과 자존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괜찮은 그라 할지라도 매력적인 그녀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그녀에게 먼저 다가서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퀸카인 그녀는 독수리에, 킹카인 그는 표범에 빗댈 수 있다. 내가 아무리 괜찮은 남자라 할지라도 스스로 내게 다가오는 매력녀는 없듯이, 아무리 표범이 용맹하고 날쎄다 한들 하늘을 나르고 있는 독수리를 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독수리를 물기 위해선 아무리 표범이라 한들 독수리가 땅으로 매려올 수 있게끔 미끼를 던져야만 한다. 그리고 미끼에 홀린 독수리가 땅에 내려왔을 때 표범의 날렵함으로 독수리를 물어야 한다. '잘생긴 남자는 별로 안 예쁜 여자와 사귄다.'는 속설은 독수리가 스스로 땅으로 내려오기만 하면 물 수 있다는 날쎈 표범의 착각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따라서 이제 표범들도 독수리를 향한 미끼를 던져야 한다. 독수리를 물기 위해선 날쎈 표범의 자존심 따위는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