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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사는 이야기

비오는 날, 시내 버스는 아름답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xxx~'

 

난데 없이 부르는 이 노래에 당황하시지는 않으셨나요? 제가 부른 이 노래처럼, 사람들은 흔히 비가 오면 생각나는 무언가가 있다고들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엔 '짬뽕'이 제일 먼저 생각나고요. 그 다음으로는 '시내버스'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난데 없이 웬 시내버스냐고요? 비 오는 날의 시내버스는 저에게 꽤 특별하거든요. 왜냐하면, 비 오는 날의 시내버스는 평상시와 달리 유독 남다른 감성에 젖어들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은 일부러 시내 버스를 타기도 할 정도이지요.

 

_DSE4330
by titicat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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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시내버스는 언제나 차창에 새하얀 성에들로 가득합니다. 저는 그것이 마치 반투명의 구름마냥 느껴져, 그 속에서 환상적인 기분을 느끼곤 하였었지요. 또롱또롱 맺혀 있는 빗방울도 어딘가 앙증맞게 느껴지고, 그렇게 맺힌 빗방울들이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또르르 흘러내리기라도 하게 되면, 저는 그것이 마치 어린아이의 티없는 눈물처럼 느껴져, 귀엽게만 생각되곤 하였습니다. 창 위로 툭툭 부서지는 빗방울은 서러운 여인의 견디다 못한 눈물 방울 같아 괜시리 서글펐었고, 빗금을 그리며 창문을 할퀴는 빗방울은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것 같아 마음 아팠습니다.


창가에 맺힌 빗방울
by ForestMind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비 오는 날의 시내 버스는 다들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사이로 라디오는, '비 오는 날의 수채화'라던가 '비처럼 음악처럼', '비오는 거리' 같은 노래들을 불러 댑니다. 모두들 아무론 말 없이 그가 부르는 노래들을 듣고만 있습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들은 버스 안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 속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김서린 유리창 위로 서로의 이름 뒤에 '바보'자를 덧붙히며 장난치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어느 누가 먼저 시작이라도 할세면, 서로가 뒤질세라 '바보'의 앞 글자들을 상대방의 이름으로 바꿔치곤 했었지요. 주먹을 옆으로 말아쥐어 발자국 모양을 찍어대던 기억도 생각납니다. 그나저나 이 발자국 모양은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정말 기발하다 말해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웃어요
by keizie 저작자 표시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오늘 비가 왔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발행하는 오늘은 비가 오지 않네요. 하지만, 언젠가 비가 오는 날이 찾아오게 되면, 시내 버스를 한 번 타보시는 건 어떠하실런지요. 빗길엔 운전도 쉽지 않다하니, 버스를 한 번 타 보시면 편리함도 낭만도 모두 가져 가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느끼는 이 낭만을 함께 누려 보시죠. ^^

 

이상한 시내버스
by keizie 저작자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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